미국은 금어기(禁漁期)를 어떻게 설정할까?
해마다 9월이 되면 금어기에서 해제가 되는 주꾸미를 잡기 위해 많은 낚시인들이 바다로 나갑입니다.
어족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한 금어기간의 지정도 늘어가고, 환경보호를 위한 낚시금지구역의 설정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탁상행정은 낚시업계의 몰락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고기가 잡혀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고기를 잡을 장소도 없고, 어족자원의 부족으로 그나마도 잡기가 어렵게 된다면 낚시인의 숫자는 점점 감소할 것이고 그로 인해 관련산업의 침체를 유발하게 된다는 것은 가까운 일본의 예에서 우리는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하는 것이 낚시인과 어업인들을 모두 만족시키면서도 어족자원의 회복과 환경보호라는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첫 번째 시간으로 미국의 낚시관련 정책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 NOAA가 발표한 2017년 한 해 동안 바다낚시의 통계를 보면 연인원 860만 명이 2조200만 회를 출조하여 모두 203만 톤의 물고기를 잡았으며, 경제효과는 82조 3천억 원, 그리고 472,000명의 고용창출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이런 통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지금부터 그 속을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드리는 통계는 모두 NOAA에서 발표한 ‘2017년 미국의 어업통계’에서 인용하였으며 아래의 주소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니다.
미국이란 사회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으로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있겠으나 그 중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이용자 부담, 이용자 수익원칙이라는 User-pay User-benefit이 있습니다.
바로 이 원칙이 바다낚시의 진흥을 위한 정책수립의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소하시겠지만 미국에서는 낚시용품을 구입하는 단계에서부터 낚시진흥을 위한 세금을 지불하게 되어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낚싯대나 릴을 하나 사더라도 낚시의 진흥을 위한 세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제도가 바로 SFR이란 것으로 스포츠낚시 회복프로그램이란 뜻의 Sport Fish Restoration Program입니다.
SFR은 1952년에 시작되었으며 어족자원의 보호를 위해 서식지 회복 및 보호는 물론 낚시인들의 편의를 위한 토지의 취득과 낚시인들의 교육과 낚시에 관한 연구에 사용되는 주정부 예산의 75%를 거둬들인 세금으로 설립한 신탁기금의 운용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25%는 주정부가 부담합니다.
SFR과 함께 시행하는 낚시면허제도는 주정부 소관이므로 주마다 차이가 있고, 바다낚시와 민물낚시의 면허가격과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가격도 서로 다르고 면허 없이 바다낚시를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우리 돈으로 백만 원 정도 하는 평생면허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연간 라이센스를 구입하는 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17% 정도에 불과하고 2016년에는 모두 1,500만 건의 면허가 판매되었을 뿐입니다. 상당히 의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이센스제도에 대해서는 연재하면서 앞으로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SFR에 따라 미국에서는 낚싯대와 릴 등 낚시도구의 판매가격에는 3.7%에서 10%까지의 세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도엔 이렇게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운영한 기금 가운데 모두 4,800억 원 정도를 주정부에 배분했으며 매사추세츠주가 배분받은 기금으로 집행한 사업을 보면 인공어초의 설치, 화장실 설치와 정비 및 물고기가 죽지 않도록 방생하는 방법의 교육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저, 쓰레기가 많아지니까, 낚금! 통계조사도 없이 낚시인들이 물고기를 싹쓰리 한다고 하니까 언제까지 금어기! 하고 일방적이고 편의주의적인 행정을 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주꾸미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5월 11일부터 8월 말까지를 금어기로 정하지만 미국은 해양레크리에이션정보 프로그램(Marine Recreational Information Program), 줄여서 MRIP라고 하는 것에 의해 낚시로 잡는 물고기의 양을 조사하여 연간 포획할 수 있는 총량을 설정한 다음 2개월마다 잡힌 양을 조사하여 너무 많이 잡았다고 판단되면 제한을 강화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차이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낚시인들이 잡는 물고기의 양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기에 근래에 와서는 민간기업에서 만든 iAngler라는 앱의 통계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우리처럼 낚시를 해본 적은 있는지조차 의심되는 사람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해 낚시인들은 1회 출조로 6.5kg에 달하는 물고기를 잡는다는 터무니없는 통계를 사용하진 않는다는 것이죠.
그럼, 이제 낚시를 즐기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은 물론 낚시인들의 각성도 필요하다는 것을 주제로 올리는 포스의 첫 번째인 오늘 얘기를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국어대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행정적, 또는 법률적으로는 유어(遊漁)란 용어를 낚시를 표현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유어(遊漁)란 표현은 식품으로서의 물고기를 잡는 것을 업으로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어업(漁業)과 유어(遊漁)로 나누는 것으로 주인이 없는 무주물(無主物)인 물고기를 잡는데 왜 낚시인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반발에 부딪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물고기를 잡는 모든 것이 어업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지, 낚시에 관한 법 조항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낚시인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낚시인들에게 설득시키고, 환경파괴는 어업에 의해 더 많이 이뤄진다는 낚시인들의 반론에 진지하게 대응하려는 당국의 자세 정립에서부터 어업과 낚시산업의 공존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자연과 자원의 이용자로서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낚시인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당국은 더이상 일방통행적인 행정처리보다는 다소의 혼란을 겪더라도 이제는 이 문제를 책상 위에 올려 다 함께 논의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낚시인들은 바다낚시에서 어떤 물고기를 가장 많이 잡는지 알아보고 포스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 기준)
5위: 황다랑어(Yellowfin tuna)-8,164톤, 50만 마리
4위: 양머리돔(Sheepshead)-8,164톤, 660만 마리
3위: 적색퉁돔(Red snapper)-8,618톤, 310만 마리
2위: 파란농어(Bluefish)-14,968톤, 1,420만 마리
1위: 줄농어(Striped bass)-17,236톤, 300만 마리
작년엔 시화방조제에서도 예년보다 주꾸미가 잘 잡힌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은 지자체의 방류사업에 의한 결과로 이런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어업인들은 부담하고 있지만, 낚시인들은 부담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면허제의 도입이나 기타의 제도를 마련하여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며칠 전 정부에서는 말이 나온지 이미 10년 가까이 된 낚시복합타운을 조성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정부는 이로 인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지만 낚금과 금어기로 낚시인들이 오지 않는다면 무슨 효과가 있을까요?